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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힐링 푸드

2015-03-11 04:00 | 추천 0 | 조회 17

안녕하십니까? 부부Fun더하기 이병준입니다. 저는 명절 때면 다른 형제들 보다 하루나 이틀 일찍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아무래도 자유직이다 보니 시간 여유가 많아 좋고 막히는 길을 피해 가니 좋습니다. 먼저 간 자식에겐 그 나름의 혜택이 있기 마련이죠. 지난 명절에도 하루 먼저 내려갔는데, 그날따라 어머니께서 백설기를 해 놓으셨습니다. 자식들이 오면 주시려고 만드신 것입니다. 몇 개를 집어 먹다 보니 아이들은 탄산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콜라를 찾기에 김치국물이나 살얼음 동동 뜨는 동치미를 먹어야 한다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밖으로 나가시더니 이내 동치미를 한 그릇 내 왔습니다. 그릇 채 둘러 마시는 동치미 국물 맛은 정말 좋습니다. 콜라 찾던 아이들도 숟가락으로 몇 번 떠먹어 보더니 아예 그릇 채 들고 마시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엔 행복가득입니다. 사실 시골집은 동치미를 거의 담그지 않는데 지난 해 김장하던 중에 무가 몇 개 남아 아까운 마음에 조금 담으셨답니다. 아내의 타박 어머니 고생시킨다고... 보기에 좋았던데 어머니는 내년엔 꼭 동치미 담아야겠다고 하십니다. 그 말을 듣던 아내가 저를 타박합니다. 그렇게 맛있게 먹으면 또 매 김장 할 때마다 어머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동치미 담그실 테고, 또 명절에 자식들 오면 내 동치미 꺼내러 문밖을 몇 번이나 들락거리는 불편을 겪게 하신 거라는 지론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아내가 하는 말이 백 번 천 번 맞습니다. 뭘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편안히 앉아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편지 못하시다는 것을 알기에 다음 명절에도 동치미 꼭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날 밤엔 일찌감치 건넌방에서 주무시는 아버지를 빼고 어머니와 저, 아내 세 사람이 토란껍질을 깠습니다. 내일 형제들이 다 모이면 토란국을 끓여 먹일 어머니의 계산입니다. 들깨를 갈아 만든 토란국은 설 명절에는 온 가족이 반드시 먹는 음식입니다. 저와 다른 형제들에겐 곧 어머니를 상징하는 음식이요, 또한 이것을 먹는 순간은 서로가 건강하게 잘 살아있다는 증명이기도 합니다. 성인이 되면서 도시로 나가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 살고 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명절만큼은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토란국 같은 음식이 더 먹은 것은 그것이 힐링 푸드이기 때문입니다. 때마다의 힐링 푸드 어머니의 힐링 푸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먹는 쌉싸름한 머위와 돌나물, 그 쓴 맛이 들어가면 세상을 살아볼만하게 느끼는 단맛이 됩니다. 어김없이 택배로 날아옵니다. 여름엔 감자수제비입니다. 감자를 썰어 넣은 수제비가 아니라 감자를 갈아서 그것으로 수제비를 만듭니다. 강원도 옹심이와 비슷합니다. 여름 개천에서 잡아온 다슬기로 끓인 고디국, 봄에 만드는 가죽나물 부각과 뽕잎 부각, 고추 부각, 가을 무 말랭이, 추석이 되면 형제들이 모여 개천에 나가 잡아온 민물고기로 만든 어죽. 여기엔 제피를 듬뿍 넣어야 제 맛입니다. 서울에서는 산초라고 부르는데 산초와 제피는 엄연히 다른 것인데 말이죠. 어릴 때 먹었던 그 음식이 다 힐링 푸드입니다. 불편을 드리는 것이 그분에겐 힐링 아내의 핀잔은 정확한 판단에서 나온 겁니다. 어머니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입니다. 그러나 연로하신 어머니가 아무 것도 안하고 편히 쉬면서 호강이나 하고 아프다는 소리 안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로 인해 자식을 위해 아무 것도 못해주는 마음이 더 불편하다면 그것이 불효일 겁니다. 다른 음식은 몰라도 힐링 푸드는 먹는 사람의 마음도 치유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도 치유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불편을 불편이라 여기지 않는 무한사랑이 첨부되어 있기에, 때론 어머니를 더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먹을 음식 요구하는 것이 더 큰 효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명절에도 동치미 먹을 생각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동치미를 먹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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