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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경작가의 무제

2013-06-27 04:00 | 추천 0 | 조회 5

운동장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빈곳입니다. 부재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그 공간은 불가피하게 필요하기때문에 텅빈 공간에 만들었겠죠. 여러분 어린 시절에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물론 대학교에도 운동장은 있지만 대학교에서 운동장은 이전하고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나 중, 고등학교 때 운동장은 넓고 빈 여백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소 지루한 조회가 있거나 또는 하기 싫은 체육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또는 처벌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아이들과 노는 공간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느낌을 주는 곳이 학교의 운동장입니다. 이 작품은 한지에 채색화 물감으로 수없이 색깔을 칠해서 두툼하고 깊이있게 곰삭듯이 퍼진 색채의 맛으로 이루어진 그림입니다. 여주경이라는 작가의 그림으로 제목은 무제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마 구령대나 옥상 같은 곳에 앉아서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교복 입은 두 남학생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녁이고 그림자가 있고 운동장은 텅 비어 있고 어디선가 들어오는 조명에 의해서 부분적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뒤편으로 건물들이 보이고 검은 구멍 같은 창들이 있고 하늘은 엷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는데 아마 아늑한 밤 같은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운동장의 한쪽 측면에는 축구 골대가 놓여 있고 축구 골대는 어디선가 들어온 빛에 의해서 반짝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은 학교를 채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텅 빈 운동장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기에 앉아있는 학생들이 되어서 텅 빈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다고 하는 느낌을 부여 받습니다. 운동장은 어떻게 보면 자유롭고 놀이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운동장은 한편으로 학생들에게 규율, 감시, 처벌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운동장은 아이들을 부릅니다. 학교는 일정한 툴속에서 학생들에게 훈육을 시키는 다소 강제적인 공간입니다. 학교를 통해서 아이들은 한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으로 길러져서 사회로 나가게 됩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빨리 나가고 싶고 더 큰 사회로 나가고 싶지만 사실 사회는 더 큰 운동장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스스로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내가 됩니다. 나를 주체하는 음성을 흔히 이데올로기라고 말합니다. 학생을 학생이라 부르는 음성의 근원지는 학교고 운동장입니다. 나를 어느 조직의 구성원으로써 한 사회의 누구누구로써 신분으로써 요구하는 곳은 사회입니다. 사회는 거대한 이대올로기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틀 속에서 일정하게 길러집니다. 그래서 학교라고 하는 곳은 운동장이라고 하는 곳은 학생을 학생답게 만드는 훈육기관이라도 말해볼 수 있고 거대한 이데올로기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나름대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공부도 할 것이고 또는 그 제도에 반발하기도 하고 튕겨져 나가기도 할 것입니다. 이 두 아이들은 학교의 텅 빈 운동장을 내다보면서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이 학교를 떠나서 더 넓게 펼쳐져있는 사회를 요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학진학이라던가 여러 가지 생각으로 상당히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마 여주경은 우연히 운동장에서 두 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나서 그것을 가슴에 담고 그렸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이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일까? 텅 빈 운동장은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은 무엇일까? 이런 굉장히 많은 질문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겨져 나오는 그림이라고 말해볼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학교 수업, 그것의 연장인 학원, 그리고 치열한 입시경쟁, 학교를 진학하고 나서도 끝없이 이루어지는 경쟁구도 속에서 늘 피곤하고 지칠 것입니다. 잠시 한가한 시간을 만들고 운동장을 내다보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학생의 뒷모습에서 새삼 한국에서의 교육 또는 청소년들의 현실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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