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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정의 도자벽화, 정조대왕 능행반차도

2020-04-24 06:00:00 | 추천 1 | 조회 2322

청계천을 걷다보면 총 192m 길이 세계 최대 규모의 도자벽화인  '정조대왕 능행반차도(陵幸班次圖)'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반차도'란 궁중의 각종 의식 장면을 그린 그림을 뜻하죠.   

'정조 반차도'는 조선 정조 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서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경기도 화성을 다녀오는 8일 동안의 행렬을 상세하게 묘사한 그림입니다.


본래는 김홍도와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합작해서 만든 흑백의 목판화이지만, 2005년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인근 장통교에서 삼일교 사이 석벽에 도자벽화로 재탄생된것입니다.    

이 도자 벽화는 도예가이자 설치미술가, 최근에는 건축으로까지 작업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 이헌정이 참여했습니다.  


이헌정 작가의 정조대왕 능행반차도는 고증에 고증을 거쳐 재탄생되었습니다. 

작가는 수작업으로 제작한 도자 타일 한 점 한 점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무려 5120개 입니다. 자문위원단은 가로 세로 30cm 크기의 타일을 2미리 오차 내에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는 작가에게 어려운 요청이었습니다. 

도자는 구우면 흙에 있는 수분이 빠지면서 수축이 되는데 수축률 자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오차 범위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던 작가는 2만개의 도자를 구워내서 그중에서 5000여개를 골라내야만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타일은 조선시대의 고백자 느낌이 나야 했습니다. 

고백자는 흙이 완전히 정제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특징인데요, 흰색이되 완전한 흰색이 아닙니다. 

흙 자체를 채취하기도 힘들고 불순물을 걸러내기도 힘듭니다. 

작가는 최대한 고백자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정제 흙에 작업실 앞 흙을 섞었습니다. 

채색역시 역사학자 한영우 교수가 고증한 책의 내용에 맞춰 도자 자문을 거쳐야 했습니다.  


작품은 내구성도 중요 했습니다. 

작품이 설치되는 청계천에 홍수가 나서 물이 차면, 석벽에 부착한 도자타일 사이 공간에서 물이 얼고 녹고 하면서 타일이 떨어져 나갈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작가는 콘크리트 공장에서 미리 모듈을 크게 제작하여 현지에서 조립하는 공법을 택했습니다. 

이른바 프리캐스트 공법입니다. 

이렇게 해서 5000여개의 타일은 200개의 두께 20cm되는 벽과 한 몸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만드는 시간보다 반복된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만 6개월이 소요 되었습니다. 총 작업시간의 반이나 됩니다.  


이헌정 작가의 노고는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설치된 지 15여년이 지났지만 타일에 그려진 그림은 생생합니다. 

그림 속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서는 김홍도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정감이 그대로 묻어 납니다. 

도자벽화 중간 중간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당시 악대들의 연주소리, 말 발굽 소리, 행차의 구령소리가 힘차게 흘러나오는데 200여년전의 행차 모습이 손에 잡힐 것 같습니다.  

작가는 시민들에게 두 가지 감상 포인트를 권했습니다. 

그림을 통해 역사적 장면을 생생히 느끼는 것과 도자가 주는 예술미를 동시에 느껴보라는 권유입니다.

힘이 들었던 과정만큼 많은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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