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그림을 동양화, 서양화로 구분합니다. 동양화라는 명칭은 20세기 들어와서 생긴 이름입니다. 원래 동양, 서양화라는 엄격한 구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양이 동양을 발견하고 자신들과 다른 타자를 지칭할 때 동양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동양은 서양과는 다른 이질적이고 낯선 것들, 또 호기심어린것, 새로운 것들이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동양화라는 명칭은 20세기 들어와서 한국에서도 쓰이기 시작했지만 서양인이 바라보는 관점, 동양의 전통적인 사회에서부터 이루어졌던 그림들을 지칭합니다. 오늘날은 한국화라는 명칭을 많이 쓰는 데 그러나 제 생각에 한국화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애매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지필묵이라고 하는 재료를 사용해서 그리는 그림을 동양화라고 하지 않고 한국화라고 말할 때는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그림들은 무엇일까라는 난감한 질문을 갖게 합니다. 이 그림은 이윤호라는 작가가 그린 그림입니다. 한지에 모필, 붓과 먹 그리고 약간의 채색물감을 가미해서 그린 그림인데 전체적으로는 흠뻑 물을 묻힌 한지위에 먹물이 스며들고 퍼져나간 자취로 이루어진 그림입니다. 이런 그림을 우리가 한국화 또는 동양화라고 부릅니다. 저는 한국화라는 명칭보다는 동양화라는 이름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동양 삼국에서 쓰였던 그림의 전통, 여전히 그 재료를 가지고 그 재료만이 낼 수 있는 효과, 그 재료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서양과는 다른 동양인들의 세계나 자연을 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겨냈었던 여러 철학이나 이념들이 녹아있는 그 재료를 여전히 원형하고 있는 것에 한해서 저는 동양화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윤호가 그린 이 작품의 제목은 '새벽'입니다. 제목자체가 이 그림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지시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경기도 양평에 살고 있는 작가입니다. 양평으로 내려간 이유는 서울에서의 작업실 세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을 느껴서 교외로 이주하는 작가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양평도 그런 면에서 상당히 많은 작가들이 모여살고 있는 곳입니다. 이 작가역시 양평의 전원마을에 조그마한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이동한다는 것은 그림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작가역시 자신이 살고 있는 양평의 자연풍경을 수묵화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수묵화는 한지나 화선지위에 물을 매개로 먹과 모필로 이루어진 그림입니다. 약간의 채색이 가미되어 있는 그림을 수묵담채화라고 합니다. 수묵담채화는 수묵이 위주고 부분적으로 채색이 가미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작가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시골 자연에서 살고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새벽풍경을 어떻게 온전하게 그림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우리한테 던지고 있습니다. 새벽은 기적 같은 곳입니다. 기적 같은 시간입니다. 캄캄하고 깊은 밤의 어둠을 겨우 밀어내고 우리 코앞에 엎드러져있는 새벽은 경이롭고 기적 같은 순간입니다. 새벽은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밤을 이겨내는 환희가 우리한테 벅차게 다가오는 감동적인 순간이고 사람들에게 각자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것인가라고 하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게 하는 것입니다. 집들은 나지막하게 엎드러져있고 길은 뱀처럼 드리워져있습니다. 아직 어두운 기운들이 짚게 내려져있는 곳에 여명이 서서히 하늘을 밝게 키우고 있습니다.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교회의 지붕에 붉은 십자가가 있고 그 십자가 뒤로 빛이 들어오는 장면입니다. 인적은 드물지만 분명 잠이 없는 노인들은 기침을 하고 일어나나갈 채비에 서둘를 것입니다.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이고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 새벽이라는 작품은 자연에서 수천만년동안 계속 반복되었던 새벽의 한순간을 우리한테 경이롭게 알리면서 새벽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기운, 느낌, 아우라 같은 것들을 종이에 먹과 필, 물을 매개로 삼아서 아주 매력적으로 떠올려낸 그림입니다. 수묵화만이 낼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새벽에 느낄수 있는 묘한 기운들을 흠뻑 우려내고 있는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