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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작가의 금속으로 재현된 난

2013-01-24 04:00 | 추천 0 | 조회 62

우리가 흔히 동양의 전통회화를 말할때 크게 산수화와 사군자를 얘기합니다. 산수화나 사군자는 특정한 자연풍경을 재현하거나 네 가지 식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유교적 이념, 유교 경전에 나오는 내용들을 도상화시킨 그림들입니다. 그런 그림을 그렸던 주체들은 유교이념을 신봉했던 사대부계급들이 중심이 되었고 그들이 그렸던 산수화나 사군자라고 하는 것은 사대부계급들이 지향했었던 유교적 이념에 충실했었던 사대부 선비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었던 군자의 세계를 보여주는 표상입니다. 쉽게 말해서 산수화를 그렸다는 것은 산수로 대변되는 군자적 동맥을 끝없이 내재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런 그림을 그리고 그런 산수를 소유하고 산수시를 짓게 했습니다. 사군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식물계 중에서 유독 매란국죽(梅蘭菊竹)을 선택해서 매란국죽(梅蘭菊竹)이 보여주는 생리가 흡사 군자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식물계에 인간의 인문적정신이 투사된 것이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통사회의 사군자는 무지하게 많이 그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군자가 그려져야 할까요? 전통이기 때문에 그려지는 것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날 이전 같은 사군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더 이상 유교적 이념을 신봉하는 사회도 아니고 유교적 이념을 신봉하는 사대부 계급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자들도 아닙니다. 또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유교적 이념에 의해서 이끌어져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사군자는 굉장히 많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그린다는 것은 저로서는 넌센스라고 생각됩니다. 반면 많은 작가들이 사군자를 빌어서 전통을 생각해보고 그와 동시에 오늘날 이전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사군자를 다시금 환생시키는 여러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조환이라는 작가인데 세종대학교 동양과를 졸업하고 현재 성균관대 교수로 있는 작가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난을 그린 것입니다. 근데 이 작품은 난을 그린 것이 아니라 철판에 일일이 레이저로 커팅하고 용접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벽에 부착되어서 그림자가 얼핏얼핏 보이실 겁니다. 화선지나 한지에 먹과 모필로 그려지는 난이 아니라 철판을 잘라서 레이저로 커팅을 해서 입체적으로 만든 난입니다. 금속으로 재현된 난은 화선지에 먹과 모필로 이루어진 존재에서 나와서 더 강하고 더 견고하고 더 단오한 몸을 지닌 난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환이라는 작가는 난으로 패상되는 정신세계를 좀 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첨단의 소재들 또는 가장 강한 재료들을 통해서 난이 보여주고자 하는 지향하고자 하는 세계를 좀 더 견고하게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꼭 사군자가 여전히 종이에 그려져야 될 이유가 뭘까? 입체로 그릴수도 있고 철로 해석될 수도 있고 벽에 부착될 수도 있고 거대하게 크게 확대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로 이런 해석이 진정한 의미에서 전통을 계승하느냐 하는 것은 좀 부적절할것 같습니다. 그러나 또 한번 생각해볼 것은 '사군자가 단지 화선지나 한지에 먹과 모필로만 그려지는 시대가 지났구나' 오늘날 작가들은 더 이상 유교적 이념을 충실히 채택하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많은 작가들은 오히려 전통이라는 표상을 이렇게 흥미롭고 자유로운 재료체험을 가지고 더 볼거리가 있는 어떤 것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 주된 작업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작가는 깊고 투명한 정신세계를 표상하는 종이에 그려진 난이 아니라 철판을 잘라서 견고하게 만든 난을 통해서 이전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전통적 소재들이 재현되고 있고 새로운 소재로 거듭나고 있는 전통의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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