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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원작가의 동양화

2013-01-10 04:00 | 추천 0 | 조회 10

정세원이라는 작가가 그린 그림입니다.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인데 우연히 전시장에서 작품을 본후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작품을 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한지에 먹과 채색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한지 바탕자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번지고 퍼진 흔적들인데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린아이 셋이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리도 잘리고 몸의 일부도 잘려서 얼굴, 손, 몸통부분만 얼핏 드러났다가 사라지고 선명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촛농처럼 흘러내리고 있어서 명확한 형태를 파악할수 없게 만드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우리한테 뭔가를 보여주지만 사실은 매우 희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에 그림들이 어떤 대상을 정확하게 직시시킨다면 이 그림은 의도적으로 뭔가를 흐트려트려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두 가지로 생각해 볼수 있는데 첫째는 이 작가는 작가의 의도자체를 일관되게 관찰하기 보다는 의도된것과 우연적인 것들을 뒤섞여 버림으로써 우연적인 것도 의도적인 것도 아닌 중간적인 부분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처음에 의도된것이 끝까지 그려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의도한것대로 다 나올수 없는 것이 그림입니다. 의도하지만 중간중간에 재료를 다루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과 그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감정과 여러가지것들이 애초에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림입니다. 이 작가는 이런 우연적인 것들을 기꺼이 허용하고 있고 목적론적인 그리기를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결국은 물질입니다. 머리속에 있는 것들이 그대로 표현되기보다는 재료와 물질들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이 작가는 동양화를 하고 있는 데 동양화는 한지와 먹과 모필과 물이 만나서 이러어지는 것입니다. 서양화는 기름으로 물감을 녹여서 부착시킨 것이라면 동양화의 핵심은 물입니다. 물이 매개가 되서 종이사이로 스며들고 번지고 퍼져나가면서 어떤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 동양화입니다. 따라서 동양화를 한다고 하는 것은 물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물을 잘 관리할수 있어야 됩니다. 마치 동양의 농경문화가 물의 치수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듯이 동양화라고 하는 것 역시 물에 의해서 관여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작가의 그림은 거의 물입니다. 축축하고 눅눅한 습한 상태에서 얼핏 얼굴이 보여졌다가 손이 보여졌다가 몸통이 보여졌다가 사라지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우리로 하여금 굉장히 유동적인 어떤 상태를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두 눈을 가리고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가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작가는 유년시절을 주된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어린시절의 사진, 유년기의 사진 한장을 통해서 지금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막연했었던 한때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자신과 함께 놀았던 아이들은 알것 같으면서도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희박한 얼굴들이기도 합니다. 이 작가는 유년시절에 자신과 놀았던 아이들의 얼굴을 그리지만 한편으로는 잘 떠오르지 않는 것들을 물과 물감과 먹을 녹여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억이라는 것은 이렇게 밖에 그려낼수 없는 것이기도 하겠죠. 추억은 명확하게 선명하게 지연되기가 어려운것이고 부분적으로 침식되거나 사라져버리는 것, 도저히 기억해낼수 없는 것이 과거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가는 과거 유년의 추억을 그리는 방식이 이렇게 부분적으로 보여주고 허물어지고 스며들고 번지는 차원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것이 동양화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것들을 자신의 주제와 잘 접목시키고 있기때문에 정세원이라는 작가의 작업이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작가의 그림은 그래서 완성되지 않고 덜 그린것 같고 불충분해보이지만 오히려 덜 그리고 불충분해 보이는 그 지점이야말로 미술의 삶일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은연중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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