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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작가의 도미부인 시리즈

2012-11-15 04:00 | 추천 0 | 조회 142

이것은 물고입니다. 생선인데 생선이 비닐봉지에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생선이 좀 이상하죠? 생선의 표면을 플라스틱 조화가 빽빽하게 뒤덮고 있습니다. 생선의 표면에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꽃을 장식해놓은 수놓은 것입니다. 이 작품은 이불이라고 하는 작가인데 이불은 현재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설치작가이기도 하고 국외의 비엔날레에 빈번하게 초대되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95년에 봤으니까 굉장히 오래전인데 이 작품은 실제로 92년도 초반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작가는 실제 살아있는 생선을 구해서 생선의 표면에 플라스틱 조화를 하나씩 박아 놓았습니다. 핀으로 연결되어 있는 꽃들은 생선의 부드러운 살을 뚫고 들어가서 거기에 박혀가지고 생선을 뒤덮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고통스럽고 아주 폭력적인 행위라고 말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치장한 생선을 비닐봉지에 하나씩 담고 물을 반쯤 채워놓은 수십마리의 생선들을 전시장 벽면에 걸어놨습니다. 전시가 진행되면서 자신의 살을 뚫고 들어온 날카로운 바늘에 의해서 생선은 죽어갑니다. 생선은 죽어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물은 줄어들고 나중에는 생선 썩는 냄새가 전시장 전체를 진동시킵니다. 이것이 이불이 가지고 있는 작업의 굉장히 중요한 의도입니다. 실제 이 생선은 도미라고 하는 생선입니다. 도미는 생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친숙한 도미부인과 관련된 설화가 떠오릅니다. 도미부인이라는 설화는 간략하게 말하면 지조와 절개를 지켰던 지아비를 섬겼던 그러한 열녀를 상징하는 여자입니다. 눈이 먼 남편과 함께 추방당해서 떠돌아 다녔던 도미에 관련된 얘기는 그렇게 절세의 미인인 도미가 자신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희생도 감수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런 이데올로기는 많은 여자들에게 정조나 절개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전통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놓은 신화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이불은 도미라는 생선을 가지고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했습니다. 그리고 비닐봉지에 가둬두었습니다. 그것은 여자들의 삶을 은유하는 방식인데 어떤 제한된 틀속에 갇혀지고 가둬지고 오로지 남성들에 의해서 볼거리로만 완성되는 존재인 것을 이런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보여지는 방식이 결국은 생선이라는 존재를 죽어가게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굉장히 페미니즘적인 발언인데 즉 도미는 여성의 지조나 절개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이데올로기에서 희생당한 뭇 한국여성들을 은유하고 있다고 말해볼수 있습니다. 이불은 실제 살아있는 생선에 껍질, 표면에 플라스틱 조화로 장식하고 비닐봉지에 가둬놓고 벽에 전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선은 썩고 그 썩은 냄새가 진동하면서 사람들은 전시장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지독한 악취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것입니다. 지독한 냄새로 복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우리에게 전시장이 무언가를 보여주는 곳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다른 감각기관도 건드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킵니다. 이 작품은 눈으로 생선을 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선 썩는 냄새의 진동에 따라서 사람들의 후각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전시장은 단지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이 작동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시공간은 우리 몸이 들어가서 만나고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단지 망막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지니고 있는 모든 감각에 관여하고 있는 것 그것이 전시장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불의 이 기념비적인 작업은 한국 페미니즘에 아주 결정적인 작품이고 한편 이불을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음하게 한 계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을 미국에 있는 큐레이터가 와서 보고는 이 작가를 뉴욕에 있는 모마미술관으로 초대한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이불은 다양한 설치작업을 하고 있지만 저로써는 이불을 떠올리면 이불이 90년대 초에 만들었던 도미부인 시리즈, 화엄이라고 일컬어지는 작업이 생생히 기억됩니다. 이 작품은 한국 페미니즘 미술에 있어서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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