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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작가의 추상화

2012-11-01 04:00 | 추천 0 | 조회 79

여러분이 보시는 이 그림은 일종의 추상화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추상은 주어진 그림이 외부세계에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연상시키지 않는 거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윤형근이라는 작가인데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우리나라의 70, 80년대 한국 추상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생각됩니다. 시커먼 기둥에 세 개가 죽죽 그어져있는 그림에 불과하다고 여기실수도 있고 마치 한지에 먹이 스며들어 번져서 이룬 거라고 말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윤형근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그림을 전공하고 이후 줄곧 화가의 길을 길을 갔었는 데 경원대학교 총장을 역임하다가 몇해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윤형근은 특히 수화 김한기라고 하는 한국 근대기에 가장 대표적인 화가의 사위이기도 합니다. 수화 김한기가 홍익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있었을 때 그에게 배운 제자가 나중에 사위가 됩니다. 수화 김한기는 60년대 중반에 미국에 가서 70년대 초에 그곳에서 죽었지만 한국에 계속 남아있었던 윤형근은 장인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받은 화가라고 생각됩니다. 수화 김한기 작품에서 가장 최고의 작품으로 논이되고 있는 것이 1970년대에 제작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고 하는 작품입니다. 거대한 캔버스에 물감을 묽게 찍어서 칸을 만들어 하나하나씩 점을 찍어서 마치 그것이 한지에 먹이 스며들고 번지고 퍼져나가는 느낌을 주는 그런 그림이었습니다. 유화물감이 캔버스 표면에 구축되서 발려지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 천사이로 스며들어서 완전한 평면, 밀접한 평면을 유지해나가고 자잘한 점들이 구체적인 형태를 떠올려주지 않고 오로지 그러한 흔적으로만 추상적인 이미지를 안겨주는 작업이었는 데 그러면서도 그것이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의 세계를 연상시켜주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저로써는 그런 작업이 윤형근한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윤형근 역시 큰 캔버스 표면에 묽게 물감을 타서 기름과 함께 북북 문질러서 캔버스 표면에 밀착시켰습니다. 그러는 순간 기둥같고 막대기 같은 짙은 고동색의 선들이 천 사이로 스며들고 번지는 것입니다. 이 작가는 그렇게 북북 문질른 캔버스를 뒤로 돌려서 몇 달간 방치합니다. 몇 달이 지나서 다시 일으켜 세우면 북북 문질러서 올사이로 번지고 스며들었던 물감의 자국들이 달라붙고 응고되서 그대로 고착되었습니다. 보시면 북북 문질른 세 개의 굵은 선 옆으로 나무 색깔의 갈색의 번진 자취들이 자글자글하게 응고되어 있는 것을 아실겁니다. 그것은 작가가 만든것이 아니라 북북 문질른 선이 불가피하게 만들어 놓은 자취입니다. 그것은 시간과 속도, 중력등의 법칙에 따라서 캔버스 표면에 불가피하게 남겨진 이미지인데 그것이 매우 흥미로운 어떤 흔적을 안겨줍니다. 어떠한 그림이라기 보다는 그저 물질과 붓질만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마치 한지에 스며든 먹을 연상시키고 기둥과 기둥사이의 어떤 틈들에서 여백이 만들어져서 빛같은 것들을 우리한테 안겨주는 그러한 체험입니다. 그것은 햇살을 역으로 받고 있는 거대한 산의 느낌도 주고 우리한테 흔했던 수묵화의 느낌도 동시에 전달해 주고 시커멓게 썩은 고목의 느낌도 주면서 뭐라고 형영할 수 없는 자연의 미감을 안기는데 이 자연의 미감이 한국이라는 곳에 살았던 모든 이들에게는 불가피하게 무의식적으로 남겨져있는 어떤 미감을 건드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형적으로는 어떤것도 그리지 않은 추상이고 흔히 말하는 미니멀리즘, 생명추상에 유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적인 정서나 전통의 세계와 밀첩하게 맞닿아있는 어떤 지점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추상화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 추상화가 한국 추상화의 한 성격을 규정해주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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