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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향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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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쿠터를 찾아서

2021-02-10 05:00:00 | 추천 0 | 조회 19

4년 전 쯤 스쿠터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교통 사정이 너무 나쁜 곳으로 이사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홍대 뒷산 와우산 자락은 근처에 지하철 역은 고사하고 택시마저 올라가려 들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마을버스가 다니기는 했지만, 배차 간격이 삼십분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할 수 없이 이십분여 거리를 터덜터덜 걸어 올라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쿠터가 한 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큰 맘 먹고 퇴계로 바이크 가게를 찾았습니다. 

스쿠터에 관해서는 지식이나 정보가 없던 저는, 맘씨 좋아 보이는 가게 사장님께 하나 추천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여유가 있으면 일제 사고, 아니면 대만제 사. 국산이나 중국산 짝퉁은 못써.’ 

스쿠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제게 그 말은 약간 서글펐습니다. 

국산이라서 못 쓴다는 말은 2,30년 전에 사라진 줄만 알았거든요. 

당시 사장님이 강력 추천한 제품은 네이키드 스쿠터의 대명사 격인 일본 혼다사의 줌머. 

눈물을 머금고 거금 2백5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동네 어귀를 오르내리는 본래 목적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50cc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뒤에 친구 한 명 태우고도 거뜬히 그 길을 질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가끔씩 본전 생각이 나기는 했습니다.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가격이었으니까 그럴 만도 했죠. 

비슷한 성능으로 가격은 꼭 절반 가량인 국산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제품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국산 스쿠터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나빴던 탓에 국산 제품들은 모두 배달이나 택배용으로만 쓰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줌머로 스쿠터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좀 쌓고 나자 스쿠터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홍대 주변에서 젊은이들이 스쿠터를 생각보다 많이 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중앙일보 <J-스타일> 지면에 스쿠터에 관한 기사도 썼습니다. 

이 때쯤은 실용성보다는 스타일을 더 따지게 됐습니다. 

야마하가 만드는 도시형 스쿠터 막삼(수출용 이름은 모르피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러나 신제품 가격은 6백만원이 넘었습니다.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습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 제품을 포기할 무렵, 인터넷에서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막삼과 똑같은 짝퉁 제품이 나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국내 기업이 기획을 하고, 중국 현지에서 만들어 가격을 낮추는 생산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가격은 2백30만원. 

그 정도라면 살 만했습니다.

줌머와 막삼 짝퉁을 이용하면서 품질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지난 겨울이 절정이었습니다. 

두 녀석을 겨우 내내 집 앞에 그냥 방치해둔 적이 있습니다. 

봄 빛이 따스해질 무렵, 두 기종의 시동을 걸 때였습니다. 

줌머는 그 겨울을 용케 견뎌냈는지, 별 탈 없이 시동이 걸리더군요. 

그런데 짝퉁은 역시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밧데리가 방전됐던가 봅니다. 

그 길로 그 큰 덩치를 끌고 근처 바이크 가게까지 갔습니다. 

밧데리를 아예 갈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4만원이 들었습니다. 

핸들 베어링 교체에 만원, 백미러 수리에 만원 등등. 

짝퉁 수리비는 그 후에도 쉴 새 없이 들어갔습니다. 

이쯤 되자 정말 간절해졌습니다. 

중국산 짝퉁보다 품질은 한 수 위이면서도 일본제품보다는 좀 싼 한국형 스쿠터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양에 차는 제품은 없었습니다. 

품질이나 가격은 어떻게 우리 세대의 눈높이에 맞췄다 해도, 스타일이 문제였습니다. 

영락없이 택배나 배달 목적을 염두에 둔 제품들이었으니까요. 

이탈리아나 일본 스쿠터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린 국산 제품들은 대개 중국산 짝퉁들이었습니다. 

소규모 국내 회사들이 외국산 제품을 베껴 설계하고,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제가 운영하는 막걸리 전문점 월향을 자주 찾던 단골손님 가운데 한 분이 국내 양대 바이크 업체의 사장님이었습니다. 

얘기 끝에 한국형 스쿠터에 대한 제 꿈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장황한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몇 마디 하시더군요. 

“이 기자가 원하는 그런 제품 만들 자신은 있는데. 우리 소비자들부터가 국산 스쿠터라면 이류 취급을 해.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좋은 제품 만들고도 팔지를 못해. 국산 브랜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높여주면 기꺼이 한국형 스쿠터를 만들어 보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괜찮은 국산 스쿠터가 없어서 소비자가 외면하는 것인지, 소비자가 이탈리아나 일본산만 찾아서 괜찮은 국산 스쿠터를 못 만드는 것인지. 

그러나 오지랖 넓은 탓에 국산 유기농 현미 막걸리 제조나 판매에 뛰어든 저로서는, 이제 누가 정말 좋은 국산 스쿠터 만들겠다면 온 힘을 다 해 도울 작정입니다. 

그러니 누가 나서서 국산 제품이 완전히 기 죽어 지내는 스쿠터 시장을 뒤흔들 한국형 스쿠터를 만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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